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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만종리의 산자락에는 자연 눈썰매장이 있다

by mirumoon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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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솜덩어리 같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데도 아무 소리가 없다. 다시 이 마을이 설국으로 변하고 있다. 요 며칠 기온이 너무 올랐는지 비가 와서 산에 쌓인 눈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다시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내가 사는 이곳은 여름과 달리 겨울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지나가는 차도 뜸하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개 한 마리, 고양이 세 마리. 살아있는 생명은 그뿐인 듯 조용하기만 한데…. 까마귀 몇 마리가 우리도 있다고 까악-거리고 있다.

만종리의 산자락에는 자연 눈썰매장이 있다

눈오는 만종리

석간동의 작은 산

내가 사는 만종리는 삼태산 동남쪽에 자리 잡은 전형적인 산간 농촌 마을로 크게 기동, 효동, 석간 동의 3개 자연부락으로 나뉘며 1반에서 7반까지 있다. 현재 70여 호가 살고 있는데 한때는 200여 호가 넘었던 적도 있는 작은 마을로 5반부터 7반을 옛 이름인 ‘석간동’이라 부른다. '석간동'이 돌 '석, 사이 '간'일까? 추측하며 의미를 찾아 여기저기 뒤져보았지만 아무 자료도 찾을 수가 없다. 왜 '석간동'이라 불렸는지 매우 궁금하다. 우리 집은 석간동으로 들어오는 입구 즈음에 홀로 한적하게 서 있는 2층 단독주택이다. 집 앞의 넓은 밭을 가로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있고 그 도로를 지나 쭉- 안으로 들어가면 석간동에 속한 여러 가구들이 드문드문 모여있다. 우리집 맞은편 도로너머의 밭 긑자락으로는 작고 귀여운 산봉우리가 있다. 산이 귀엽다니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 모르나 산으로써는 정말 귀엽다는 표현이 맞는 모습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산의 모습이 너무 이뻐서 매일매일 보면서도 좋기만 했다. 수려하거나 멋진 산도 매일매일 좋았겠지만…...

영춘면 만종리 2층단독주택
만종리의 우리집

밀레의 '만종'이 생각나는 풍경

산자락 아래로 경사가 유난히 심한 작은 밭이 하나 있다. 그저 산의 일부였는데 몇 해 전 밭이 되더니 메주콩이 심겼다. 우리 집 주변의 밭 주인인 임씨 아저씨와 아줌마는 이곳뿐 아니라 만종리 이곳저곳에 땅이 많으신 분인데도 어느 날 그곳을 밭으로 개간했다. 두 분이 농사짓기에는 너무 힘들고 벅차다면서 왜 그곳을 밭으로 만드신 것일까? 궁금해진다. 물론 그 덕분에 올겨울 우리는 눈 썰매장 하나를 발견했지만……작업실 창밖 풍경에는 봄, 여름, 가을. 내내 아줌마, 아저씨부부가 일하는 모습이 있다. 밀레의 '만종'이라는 작품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아줌마 아저씨 부부도 언젠가 내 그림 속 모델이 될 것 같다. 이제 겨울이 되니 부부는 사라지고 밭은 텅 비어 눈만 쌓이고 있다.

빨간썰매, 눈썰매,겨울눈
빨간썰매를 끌고

눈이 많은 올 겨울, 눈 썰매를 타러 산에가다

눈이 올 때면 경사가 심한 그 밭을 보며, 저기서 썰매를 탈 수 있을까? 생각만 했었는데…… 눈이 오랫동안 녹지 않고 쌓여있던 얼마 전 드디어 빨간 썰매를 끌고 올라갔다. 그림책 '빨간 썰매'를 출간한 기념으로 샀던 빨간 썰매를...... 막상 가보니 예전에 제천에서 갔던 인공 썰매장보다 더 길고 더 넓었다.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눈썰매장에서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썰매를 타다 보니 땀이 났다. 역시, 올라가는 것은 너무 힘들고 내려오는 것은 너무 신난다. 동네 분들이 보았다면 어른 둘이서 뭔~ 뻘쭘한 짓인가 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든 어른이든 뭔가를 타고 씽씽 내려오는 것은 즐겁기만 하다. 이제 이곳은 우리들의 겨울 썰매장이다! 아이들이 오면 더 신날 것 같아서 주면 지인의 아이들을 초대하고도 싶은데 모두 너무 멀리 살아 안타깝다. 어쨋건, 멋진 자연 속의 눈 썰매장. 저긴 내가 찜~!!! .

눈 썰매장, 만종리의 산
자연 눈 썰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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