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보러 서산에 갔다. 서해안의 도시 서산은 해변도 많지만 수만 종류의 생물이 서식하는 갯벌이 많은 곳이다. 바닷가 아이로 자란 친구는 바다와 갯벌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내가 자라며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경험을 하며 자란 친구가 이야기하는 바다의 철새와 갯벌의 생물 이야기는 내게 늘 새롭고 흥미롭다. 반짝거리는 모래해변만 멋진 것이 아니라 질퍽한 갯벌도 아름답고 흥미롭다는 것을 나는 참 늦게 알았다.
서산시 대산읍 웅도길 갯벌에서 감태 채취하기
다음날 비가 온다는 정보가 있어 친구와 나는 서울에서 내려오는 다른 친구를 픽업하자마자 웅도가 있는 바닷가로 향했다. 밀물이 들어와 감태 따기 체험을 할 수 없을까 봐 서울 친구도 버스시간을 당기면서 서둘러 왔다. 오늘은 물이 늦게 들어와 괜찮다는 친구의 말에도 나와 다른 친구는 감태채취를 못할까 싶어 내심 불안했었다.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멀리 밀려난 바다와 넓게 펼쳐진 갯벌을 보았다. 멜빵바지같이 긴 장화를 신고 넓은 갯벌로 고고! 낯선 우리 모습이 해학적으로 보여 웃음이 나왔다. 우리 발 밑으로는 숨구멍 만으로 자기 존재를 알려주는 게가 가득했고 친구의 줄줄이 이어지는 생물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이상하게 한 귀로 들어왔다 한 귀로 나가버렸다. 벌판 안쪽에 고여있는 맑은 물속에는 넙적 파래가 하늘 거리고 있었다. 춤추듯이 하늘거리는 얇은 파래가 신기한데, 따서 먹어도 된다니 열심히 파래채취를 했다. 파래를 건져 올리니 돌도 따라 올라올 정도로 작은 돌에 의지해 하늘거리고 있었던 파래. 파래전과 파래 무침이 얼마만큼 맛있는지 알았더라면 그때 더 많이 채취했을 텐데... 그걸 모르고 오늘, 우리의 목적은 '감태'였기에 다시 앞으로 고고! 감태는 갯벌 위에 긴~~ 머리카락처럼 누워 있었다. 그걸 들어 올려 부드러운 끝부분 1/3 정도길이만큼 뜯어서 망태기에 담았다. 30분을 따면 1간을 씻어야 하는 체험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유두교로 연결된 섬 '웅도'
감태 체험을 끝내고도 '웅도'에 가기로 했다. 웅도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지정된 곳이라고도 한다.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라 하여 웅도라 불리게 되었고 육지를 잇는 다리가 유두교인데 아직 물이 밀려들어오지 않아 우리는 다리를 건너 웅도로 들어갔다. 첫인상은 잘 정돈된 섬 마을로 차로 5-10분이면 온 마을을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이었다. 친구 말에 의하면 이곳의 사람들은 옛날부터 주변에 풍성한 먹거리가 많아 부자로 여유롭게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마을 사람들이 돈을 빌리기 위해서 부자가 많은 섬 '웅도'로 왔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부자 섬마을이라니 그래서 어느 어촌 마을 같지 않게 깨끗한가 싶기도 했다. 이곳의 넓은 갯벌에서만도 풍성한 먹거리를 구할 수 있었으니 경제적으로도 풍족했나 보다. 웅도에는 400년 된 반송이 있어 보러 갔다. 다른 소나무와는 다르게 밑에서부터 여러 줄기가 올라와 있고 뿌리 역시 그러한데 그것이 쟁반 같다 하여 반송이라 부른다고 한다. 우리가 웅도에서 나올 때가 오후 3시 반 즈음이었는데도 유두교는 잠기지 않았고 물은 밀려올 기미가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 우리처럼 현지 가이드가 없는 사람은 꼭 물때표를 확인하고 웅도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대산읍 오지리에 있는 벌천포 해변
근처의 벌천포 해변으로 갔다. 동글한 몽돌이 깔린 해변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자니 해가 기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산에 오니 오랜만에 일몰을 보는구나 싶었는데 미세먼지에 구름까지 해를 가려버려 아쉽게도 일몰을 보지 못하고 불그스름한 하늘만 보았다. 벌천포는 티브이에 한번 나온 후,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는 하나 만리포나 천리포만큼 유명하지는 않아서 인지 해변은 한가롭고 바다는 잔잔하게 반짝거렸다.
바다가 가까운 농촌의 시골집
대산 읍내에서도 한참을 시골로 들어가야 하는 친구의 고향집으로 갔다. 집이 드문드문 있는 한가한 농촌 마을이고 모두 농사를 짓지만 10분만 나가면 해변이라 이곳 사람들은 농촌활동, 어촌활동을 병행한다. 이곳 시골집은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제 어머님 혼자 사신다는 것, 그래도 시내에 사는 자식들이 자주 오가는 탓에 집은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옛날 시골집인데도 낡은 느낌 없이 단정하고 깨끗했다. 어머니는 나이가 많으셔 이제 일을 많이 안 하셔서인지 예전보다 더 고와진 듯 얼굴이 환해 보였다.
고향에서 자라고 산다는 것
차를 끌고 단양에서 서산으로 가던 길, 서산에 가까워질수록 목이 점점 더 깔깔해졌다. 봄이라 대기질 지수가 좋지도 않았지만 서산의 대기질 지수는 더 나쁜 상태였다. 그것을 서산에 들어서며 느낄 수 있었다. 바닷가에 세워진 공장들은 서산을 더 큰 도시로 확대시켰지만 환경적으로는 서산을 망가트리고 있었다. 철새들이 가득했던 곳에 더 이상 철새들이 오지 않는다거나... 잡은 고기에서 석유냄새가 난다거나… 이런저런 심각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친구에게 “공기 좋은 단양으로 이사 와!” 하고 말했다. “나는 바다가 있어야 해!”라는 친구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어려서도 커서도 이곳저곳 터전이 자주 바뀌었던 나에게는 한 곳에만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 내 친구에게 바다가 가지는 의미를 새삼 안 것 같았다. 서산이 어떻게 변하든 친구는 계속 이곳에 살 것 같다. 친구 덕에 새로운 체험도 하고… 낮선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바다에서 자란 친구가 있어 참 좋다.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지럼증이 오는 원인이 무엇일까? (9) | 2023.04.18 |
---|---|
시같은 이름 ‘별방’삼거리에는 시인이 머무는 ‘춘방다방’ 이 있다 (13) | 2023.01.26 |
경주의 솔거 미술관에서 열리는 노은님 화가의 첫 유고전, 나, 종이, 붓 (10) | 2023.01.21 |
만종리의 산자락에는 자연 눈썰매장이 있다 (11) | 2023.01.15 |
진도항에서 팽목기억관을 보고 팽목바람길을 걷다. (17) | 2023.01.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