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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나의 한쪽을 찾아가는 이야기 미루와 그림자

by mirumoon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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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미루와 그림자’는 2021년 7월에 세상에 나왔다. 전 세계인 모두가 들여다볼 수도 있는 나의 무언가를 꺼내놓는다는 것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작가는 글을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감독은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내어놓는다. 내 생각과 마음의 조각을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 부모가 아이를 원하고 낳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전자는, 뭔가 부실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저 축복이 있을 것 같다. 어쨌건, 작은 생명도 창작품도 세상에서 귀한 존재로 반짝거리길 바라는 마음은 같은 것 같다.

그림책 ‘미루와 그림자를 만들며.

미루와 그림자, 그림책, 이은영
이은영 글 그림. 미루와 그림자

이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독일 유학 당시, 어느 해 여름방학에 동료들과 ‘예술가의 집’이라는 곳에서 함께 목판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교수님과 우리는 7일 정도 거기서 먹고 자며 작업에 열중했다. 그때 만든 여러 목판화 이미지 중에, 모자를 쓴 남자의 실루엣이 홀로 길을 걸어가는 작품이 있었다. 그것이 그림자이미지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리고 ‘터널’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첫날, 생각나는 대로 쓰고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생각에 방해받지 않은 감각적 활동으로 무의식 속의 무언가를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두서없이 갈겨쓴 글 속에 어떤 여자아이가 그림자를 만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책 속 주인공 '미루’가 되었다.

'미루와 그림자' 줄거리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홀로 길을 떠난 작은 아이가 주인을 잃은 그림자를 만나 친구가 되는 여행 이야기이다. 어느 화창한 날, 미루와 그림자는 길 위에서 만난다. 둘은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친해지고 함께 그림자의 주인을 찾으러 간다. 처음 도착한 마을은 그림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고, 두 번째로 찾아간 마을은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장이었다. 그 사람들 속에 그림자의 주인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다가갔지만, 그들은 '그림자'라는 존재를 이상하고 흉측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림자를 해치려는 그들로부터 도망친 미루와 그림자는 그림자의 주인을 찾는데 실패한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다시 둘만의 여행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미루와 그림자. 그림자
미루와 그림자의 만남
그림자. 미루와 그림자
그림자 마을
그림자없는 사람들.미루와 그림자
그림자 없는 사람들

주인을 잃은 그림자

현실적으로 빛이 있다는 것은 곧 그림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빛과 어둠은 공존할 수 밖에 없다. 심리학적으로 그림자는 부정적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인간 곁에 존재하는 검은색 그림자. 그것은 자아의 어두운 측면이나 인간의 악한 내면, 또는 무의식 속에 깊숙이 억압된 부분을 상징한다. 거부되거나 억압되었던 어두운 내면이 때론 분노로 폭발하거나 우울증이라는 동굴을 만들기도 한다.  ‘그림자’가̆̈ 하나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책이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는 존경받는 지킬박사의 그림자로 대변되는 사악한 ‘하이드’가 등장하고, 안데르센의 동화 ‘그림자’에는 주인을 밀어낸 그림자가 주인이 되어 주인이 쌓아놓은 삶의 모든 것을 빼앗는 이야기가 있다.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는 부에 대한 그릇된 욕망으로 자기 그림자를 돈과 맞교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이 남자는 모두에게 당연히 있어야 하는 그림자가 없음으로 인해 부가 있어도 늘 불안해 한다.
그림책 ‘미루와 그림자’에 등장하는 ‘그림자’는 강하거나 사악하기보다는 수동적이고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주인공 그림자는 자기 주인을 찾는데 미루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림자 마을에 있는 그림자들은 습관화된 주인의 행동을 흉내내고 있지만, 주인으로부터 불편하다고 버려졌거나, 존재감이 없어 잊힌 존재들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 주인에 대한 기억조차 없다.

그림자 없는 사람들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의 다른 한쪽이었던 그림자를 잃은 사람들이다. 싫거나 힘들거나 불편한 기억을 버린 사람들. 그런 경험을 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삶이 온전할까? 예로 화려하고 좋은 것만을 보여주는 SNS의 세계에서 보여지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일까? 아니 그 사람이기는 한 것일까? 좋고 행복한 것만이 우리 내면의 전부가 아니듯, 우리 안의 ‘어둠’을 상징하는 그림자 역시 소중한 나의 것이다.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를 통해서 우리는 좀 더 성숙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그림자 안에는 '빛나는 보석이 될 원석’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음악으로 또는 그림으로 또 글로써 반짝거렸던 많은 예술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들은 자기 어둠 안에 감춰진 보석을 찾아내 빛이나게 다듬어 세상으로 내보낸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의 그림자 안에는 그렇게 귀한 보석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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