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틈틈이 닥종이 인형 만드는 것을 배웠다. 예전에도 한지가 좋아 틈틈이 한지와 관계된 작업을 한 적이 있었고 인형을 만드는 것도 좋아했기에 단양에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수업이 생긴다고 했을 때 너무 기대되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배우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닥종이 인형을 만들다.

닥종이인형 작가 김영희
닥종이 인형하면 김영희 씨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녀는 1992년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라는 에세이로 유명해진 닥종이 인형 작가이다. 이후에도 ‘책 읽어주는 엄마’ ‘뮌헨의 노란 민들레’ 등 여러 편의 에세이를 냈다. ‘아이를 잘 만든다’는 표현은 그녀가 닥종이로 많은 아이들 모습을 담은 인형을 만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섯 아이를 낳은 엄마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다섯 살 때부터 한지를 물들이고 접고 붙이며 놀았다고 한다. 눅눅해진 문종이를 떼어 내고 새로 붙이며 딸에게 국화꽃을 따오라 했던 아버지, 꽃으로 장식하며 아버지와 함께했던 어린날의 정서가 그녀를 닥종이 인형작가가 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고향이 여기 제천이고 지금도 제천에 그녀의 가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닥종이는 그냥 종이가 아니다
돌보다도 나무보다도 종이는 얼마나 약한가. 이것이 어떻게 하나의 작품이 되어 오랜세월 그 가치를 유지할까 싶지만 닥나무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한지는 보기와 다르게 약하지 않다. 한지 중에서도 닥나무만 사용해 만들어진 종이는 질이 좋고 질겨서 천년도 거뜬히 그 질감을 유지한다고 한다. 닥종이는 색깔이 희고 강도가 튼튼하고 질기며 표면이 매끄럽고 먹을 잘 받아 중국 일본에서도 명품으로 평가받았는데 현재 남아 있는 고려시대 책이나 문서는 대부분 닥종이로 만든 것이다. 이런 특별한 종이가 닥종이인데 인형을 만드는 것이 종이라고 부실할리가 없을 것이다.
한지를 사러 가보니 요즘은 닥이 많이 들어간 종이부터 거의 안 들어갔거나 여러 가지 다른 성분들이 들어간 한지류들이 다양하게 많았는데 닥이 많이 들어간 한지일수록 질이 좋고 비싸기 때문인지 일반 문구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질긴 닥종이는 끈처럼 감는데 사용해도 끊어지지가 않고, 한지 풀을 발라 부드러워진 종이를 뜯어서 차곡차곡 붙이며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종이가 쌓여 만들어진 형태는 풀이 마르면 부드러운 돌처럼 단단하다. 이렇게 끈처럼 감거나 풀을 먹여 붙이는 두 가지 기법으로 인형을 만들 수 있었다.
닥종이 인형 만들기
준비할 재료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당연히 닥종이와 한지 풀, 그 외에 뺀지와 굵은 철사이다. 두 개의 굵은 철사 중 첫 번째 철사는 머리와 목과 팔의 뼈대가 되고, 두 번째 철사는 첫 번째 철사의 목 뒤쪽을 지나 어깨로 내려와 몸통, 엉덩이 두발의 뼈대가 된다. 한지로 감아 머리가 될 둥그런 덩어리를 만들고 조금 납작하게 몸통이 될 덩어리를 만들어 철사 사이에 끼운다. 그리고 머리와 몸통에 한지를 감으며 철사를 고정하고 허리 아래도 엉덩이 크기 덩어리가 될만큼 종이를 감는다. 이때 감는 것은 닥종이를 길게 찢어 납작한 종이끈처럼 생각하고 감아간다. 손가락 10개를 따로 만들어 모양을 잡고 닥종이로 감아 손 모양을 만들어 놓는다. 몸통과 팔다리 전체를 어느정도 적당히 감아 사람처럼 만든다음 만들어 놓은 손은 팔과 연결하고 발은 다리의 두께를 만들며 쭉 내려가 무게중심을 생각하며 발의 형태를 만들어준다. 비쩍마른 인체의 형태가 되면 사람의 살을 붙이 듯 풀이 충분히 스며든 닥종이를 조금씩 뜻어 붙여나간다. 풀기가 마르면 철사가 든 몸을 휘어 원하는 자세를 만든다.
원하는 포즈의 사람형태에 또 살을 붙이듯 닥종이를 붙인다. 얼굴은 구의 형태가 되도록 붙이고 몸통은 정육면체 비슷하게 되도록 붙이고 목 어깨 팔다리까지 한지 살을 붙여나간다. 젖은 한지를 붙이는 것이므로 하루는 인형의 윗부분을 일부 붙이고 말리고 다음엔 아래쪽을 일부 붙이고 마르면 또 다른 쪽을 붙이고…이런 식으로 여러 번 말리고 붙이고를 반복하며 인형의 살을 채워나간다.
몸이 완성되면 눈 코 잎을 붙이며 표정이 있는 얼굴을 만들고 귀도 만들어 붙인다. 그 다음은 검은 한지로 머리카락을 만들어 붙이고 땋아준다. 모든 작업이 완성될 때까지 말리고 작업하고 말리고 작업하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인형이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도록 전체의 무게중심을 맞춰주는 것과 발밑바닥의 기울기이다.
닥종이로 기녀를 만들다
나는 멀리 잘생긴 도령을 바라보는 기녀의 모습을 표현했다. 인형의 몸이 완성되어 기녀가 입는 옷을 만들어 입히기 위해 우선은 기녀의 의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기본으로 속바지와 속치마를 만들어 입힌 후, 치마는 허리의 말기가 길고 치마의 폭을 보통 치마의 폭 보다 2-3배 넓게 잡아 주름을 주어 치마가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듯 퍼지도록 만들어 보통의 아녀자와는 반대로 기녀의 치마는 오른쪽으로 말아 올릴 수 있도록 입혀주었다. 저고리는 짧고 딱 붙게 재단해서 입혔는데 아직은 화장도 더 해야 하고…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매력적인 기녀의 모습이 되었다 싶다.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보니 그 과정도 복잡하지만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듯 한 조각 한 조각 종이를 붙여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면서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마음이 바쁘면 손에 쉬이 잡히지 않았고 한번 잡으면 새벽이 될 때까지 붙들고 하게 되는 작업이 닥종이 인형 만들기였다. 인형을 만드는 것도 매력적이었지만 닥종이라는 종이를 제대로 사용하고 그 느낌과 특성을 알게되어 기쁘다. 특히 천을 만지듯 다룰 수 있는데다 모든 옷을 풀로 붙이며 만들수 있으니 재봉틀 없이도 옷을 만들어보는 특별한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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