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단양 도담삼봉으로 해맞이 가다.
청풍나루 선상 해맞이에 갔던 날
2023년 첫날, 참 오랜만에 해돋이를 보러 갔다. 마지막으로 해맞이 간 것이 6년전쯤, ‘제천 청풍호 청풍나루 선상 해맞이’ 였다. 그때도 오늘처럼 하늘에 회색 구름이 가득한데다 물안개까지 올라와 사방이 온통 잿빛이었고, 그런 공기를 가르며 배는 청풍호를 달렸다. 선상에 서 있으면 강추위를 머금은 바람에 드러난 피부가 뜯기는 듯 추웠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으며 장난쳤고, 어른들은 언제 해가 나오나? 나오긴 할까? 의심스러운 얼굴로 온몸을 웅크리고 서 있었다. 결국, 우리는 그해,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청풍호 위를 달리는 배의 선상에서 보는 산과 강이 안개 속에 흐릿하게 드러나, 여백이 가득한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였고, 또 여기 함께 온 사람들과 동양의 그림 속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 역시 멋진 경험이었지만, 그해 해를 맞이하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쉬웠다.
2023.1.1일, '도담삼봉'으로 해맞이 가다.
차를 타고 볼일을 보러 다닐 때, 차창 밖으로 자주 보았던 도담삼봉. 이렇게 찾아가 보기는 처음이었다. 단양에 살며 맞이한 3번째 새해인데도 처음으로 도담삼봉 해돋이를 보러 간 것이다. 핸드폰을 열어 정보를 찾아보니, 단양 해 뜨는 시간이 7.38분. 우리 집에서는 차로 30분을 달려가야 한다. 조금 늦은 출발이었던지라 해를 보지 못할까 동동거리며, 늦게 가는 앞차를 원망하며 서둘러 달렸다. 단양팔경 중 제1경이 아니랄까봐 도로가 양쪽으로는 수많은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고 차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했다. 차 사이로 주차 틈이 있을까 싶어 도로를 따라 천천히 가다 보니 자꾸 도담삼봉과 멀어지고 있었다. 끝 쪽에 주차하고 거꾸로 걸어가자니 해를 못볼 것 같아 유턴해서 다시 도담삼봉 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운이 어찌나 좋은지~ 입구 바로 앞 도로가에 대형 SUV 자동차 한 대가 서 있었는데, 주차된 차와 차 사이에 어설프게 허리까지만 주차한 채 나머지 부분은 2차선 도로를 반쯤 막고 있었다. 어찌할지 고민 중이라는 듯 비상등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주차하고 가지는 않겠지 싶어 나는 그 차 뒤에서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는 가버리고 좀 더 작은 내 차는 차들 사이로 쏙. 시작이 좋다! 새해 첫날부터 주차행운이 있으니 올핸 주차 걱정 안 해도 될까?
도담삼봉 뒤, 소백산맥 너머의 야속한 하늘
도담삼봉이 잘 보이는 안쪽으로 들어가니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는 시선 앞에는 도담삼봉이 있었고 그 너머는 자그마한 도담마을, 그 뒤로는 멀리 소백산의 가로능선이 보였다. 모두의 바람대로 저 능선 위로 둥근 해가 둥실 떠올라야 했다. 사람들 무리 속에 서서는 빨간 해가 떠오르길 나도 기다렸다. 그때가 7시 50분쯤. 8.30분이 다 되어가도록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고…나와 남편은 달달한 커피믹스를 홀짝이며 몸 속 추위를 녹였다. 뒤를 보니 창가로 사람들 모습이 가득한 커피숍이 보였다. 저기서 한 시간 정도 더 앉아 있다가 가도 좋을 것 같았지만, 구름 사이로 미세하게 비치는 해님의 귀퉁이만 살짝 보고는 그곳을 떠났다.
정도전의 호가 되었다는 ‘도담삼봉’
도담삼봉은 충청북도 단양군에 있는 명승지로 남한강 상류 한가운데에 있는 세 개의 기암 바위를 말한다. 가운데 봉우리는 장군봉, 왼쪽은 처봉. 오른쪽은 첩봉이라 불리고 장군봉에는 ‘삼도정’이라 불리는 정자가 있다. 한 남자가 처와 첩을 거느린 형상이라나... 원래는 지금보다 더 컸는데 1984년 충주 댐이 완성되면서 일부가 수몰되어 현재의 높이와 모습이 되었다 한다. 도담삼봉에는 조선 개국의 1등 공신인 삼봉 정도전과 얽힌 전설도 있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 의하면,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로 인해 이곳에 떠내려왔다. 그 후 정선군은 삼봉산에 대한 세금을 단양군에 부당하게 요구하였다 한다. 그때 어린 소년이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오라 한 것이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주니 세금을 낼 이유도 없으며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사또에게 항의하였고, 그 후 단양군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세금을 부과하는 지배계층과 민중 계층의 대립구조를 어린아이가 지혜로써 극복했다는 이야기인데, 그 똑똑한 아이가 인근 마을에 살았던 정도전이라는 견해가 많다. 어쨌건 정도전은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할 정도로 도담삼봉을 아끼고 좋아했음을 알 수 있다.
도담삼봉이 있는 강 너머에는 도담마을이 있다. 차를 몰고 근처를 지날때마다 저 마을에 꼭 한번 가보리라 하면서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엄마야 누나야'의 노래가사 속 강변마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곳은 아니라 한다. 하지만 왠지 저 마을에서 보는 남한강가는 그 노래 속의 모습일거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언젠가 저 조그만 섬마을에 꼭 가볼 것이다. 그럼 도담삼봉과 도담마을 이야기를 그때 또 쓰게되리라.
*새해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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