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먼길을 떠났다. 네명의 지인과 함께. 그들과 함께 처음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이 의미있었고, 선생님이 계시는 곳을 방문한다는 것에 설레었고, 그리고 ‘팽목 바람길’을 드디어 걸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어 좋았다. 함께 간 각자는 나름의 다른 목적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제천을 떠나 강진의 병영면 한골목길까지

목포로가는 기차여행
제천에서 오송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1시간 40분, 오송에서 목포행 KTX를 타고 1시간 50분 정도를 가면 목포역에 도착한다. 목포에 도착하니 봄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영상 10도. 추운 제천날씨에 익숙해진 나는 솜이불처럼 따뜻한 롱패딩을 입고 두꺼운 목도리와 패딩 조끼, 추울 때 안에 입을 쫄바지에 발 토시, 장갑까지… 겨울 등산이라도 할 사람처럼 꼼꼼히 챙겨 갔다. 남쪽이 따뜻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미련하게 준비해간 걸까?싶었다. 가볍게 입고 다니는 그곳의 사람들 모습이 어찌나 산뜻해 보이던지… 두꺼운 패딩 코트를 차 트렁크에 던져버리고 나니 내 기분도 가벼워졌다. 추운 단양의 산골에서 그동안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따뜻한 옷이었는데, 남쪽에 오니 한순간 찬밥신세가 되었다.
목포에서 강진으로 가는 길
우리가 목포역에 도착한 시간이 1시 10분. 점심을 먹어야 했기에 목포역 근처의 맛집인 독천식당에 갔다. 낙지비빔밥이 유명한 집이었다. 낙지와 비빔밥이라니, 뭔가 낯선 조합이었지만 새로운 것이니 도전할만하다 생각했다. 색깔은 빨갛게 매워 보였지만 맵지 않았고 양념이 맛있었다. 그런데 비빔밥 안의 낙지다리가 생각보다 길고 그 모양이 너무 리얼하여…흠….음식의 모양에 예민한 나는 결국 양념과 밥만 먹었다. 비빔밥이 14000원. 착한 가격이라 할 수는 없지만 낙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가볼 만한 식당인 것 같다.

‘밤 편지’라는 카페
우리는 1박 2일로 차를 빌려 1차 목적지인 강진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카페에 들렀다. (어떻게 나에게 그대라는 행운이, “밤 편지”) 나무로 된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옥 형태의 카페는 나무로 된 기본골조에 우드톤이 주조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깔끔한 곳이었다. 기둥식 나무 칸막이가 적당하게 공간을 나누어 주어 편안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았다. 나는 과일주스로 에너지를 회복하고 강진군 병영면 한골목길에 사시는 선생님 집으로 향했다.

강진의 한골목길에 있는 한옥집
선생님 집은 골목 안쪽에 있어 차를 끌고 한참을 들어가야 했는데 담과 담 사이가 너무 좁아 빌린 차에 흠이날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어가야만 했다. 돌과 흙으로 쌓은 높고 울퉁불퉁한 돌담길이 신기하면서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좁아지는 느낌에 우리를 노심초사하게 했다. 대문 앞에 도착하고 나니 휴! 참으로 쫄밋쫄밋한 순간이었다. 우리 최고의 운전자 박 선생님의 운전실력을 다시 한번 인정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내차 외에는 몰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만큼 낮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제천에 사시던 선생님이 강진으로 가시고, 그곳에 허름한 한옥을 구입하시고, 내부 수리하시던 사진을 몇장 보았던지라 집의 모습이 어느 정도 그려져 있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넓은 마당과 마당 가운데 꽤 큰 정원과 마당가로 3채나 되는 집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넓은 공간의 한옥이었다. 언제든 잘 곳이 있다 하신 말씀이 이해되었다.
1박 2일, 결코 긴 시간이 아님에도 할 이야기가 참 많다. 그래서 이곳 남쪽에서 보고 겪고 느낀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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