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작가는 그릇을 굽기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한다. 일단 그동안 흙으로 만들어 놓았던 그릇을 ‘물 닦기’ 한다. 물 닦기는 스펀지를 물에 적셔 살짝 짜고는 흙이 마른 그릇들을 전체적으로 쓸어주는 것이다. 흙이 불에 구워지면 단단한 유리질 성질을 가지기에 작은 찌꺼기나 날카롭게 튀어나온 부분이 불에 구워진다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젖은 스펀지로 마지막 손질을 하여 날카로울 수 있는 부분들을 마모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작업실에 가득하게 쌓여있는 작품들 모두 물 닦기가 끝났다.
흙으로 만든 그릇이 어떻게 단단한 도자기가 될까?
두 번 불에서 구워지는 도자기
작가는 3개의 봉우리로 연결된 가마 안에 차례차례 그릇을 넣어 쌓아 올린다. 이것을 ‘재임한다’라고 한다. 작가가 쓰는 전통가마는 한국의 전통 오름 가마로 자연 지형의 오름세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가마이다. 맨 아래에는 아궁이 형태의 봉퉁이 있고 그 위로 3개의 연결된 봉우리가 차례로 이어져있다. 가마에 입구가 다른 3개의 방이 있다고 이해하면 될듯하다. 밖에서 보면 170cm 정도 높이에 길이 5m 정도의 가마로 15도 정도의 기울기로 자리잡고 있어 제1 봉우리와 제2 봉우리, 제3 봉우리 주변은 얕은 계단식의 공간이 있다. 그동안 만들었던 그릇, 항아리, 꽃병, 찻잔 세트, 푼주 등등 여러 가지 작품들을 내화판에 촘촘히 올리고 세 곳에 지주대를 세워 그 위에 또 내화판을 얻고 작품을 올린다. 거기에 또 지주대를 세우고 내화판을 올리고 작품을 올리고…… 하는 식으로 그릇을 쌓아가며 가마 안을 채운다. 지주대와 내화판은 1300도의 열에도 망가지지 않는 도자기 전용 재료이다.
재임이 모두 끝나면 가마의 문을 모두 막고 제일 아래쪽에 있는 아궁이 형태의 봉통에 불을 때기 시작한다. 그럼 불길은 아궁이 뒤쪽의 제1 봉통으로 올라가며 온도를 올린다. 제1 봉통에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갔을때, 아궁이 모양 봉통에 불때기를 멈추고 제 1봉통에 장작을 넣기 시작한다. 그러면 제1봉통의 온도가 올라가며 뒤쪽에 있는 제2 봉통도 데운다. 이런식으로 모든 봉통에 있는 그릇이 800도정도에 구워지면 초벌구이(초벌소성)가 끝난다. 초벌구이가 된 그릇은 붉은색을 띠고 단단해져서 조금 거칠게 만져도 쉽게 깨지지 않으며 비를 맞아도 부서지지 않는다. 이제 작품에 유약을 바르고 두 번째 불때기인 재벌소성을 하면 도자기가 완성된다.
초벌과 재벌 소성 사이에 하는 준비들
작가는 유약을 만든다. 작가는 흙에 여러재료를 혼합해 자기만의 흙을 만들어 작업하듯, 유약 역시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옛날과 같지 않게 흙이며 유약이며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유약은 색이며 무늬며 그 종류가 다양하다. 단양에 사는 작가는 주로 단양에서 출토되는 장석을 혼합하여 흙과 유약을 만들어 쓴다. 장석은 하얀 돌가루 같은 것으로 뜨거운 불에 녹으면 투명하면서도 푸른 빛깔을 띤다. 집에 장작을 때고 챙겨놓은 질 좋은 재를 유약에 넣기도 하고 갈아놓은 무안가를 넣기도 한다. 그는 그만의 유약을 만드는 공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재료를 물에 혼합하고 풀은 다음 고운 채로 쳐서 알갱이를 걸러내면 아주 묽게 풀어놓은 밀가루같이 부드러워진다. 초벌구이 된 그릇을 거기에 담갔다가 빼는 것을 ‘시유 한다’라고 한다. 시유 된 그릇은 재벌구이가 되기위한 준비를 끝낸 것이다. 참, 아니다. 작품의 바닥, 즉 내화판과 닿는 부분의 유약을 깨끗하게 닦아주어야 한다. 그대로 구우면 유약뭍은 굽이 내화판에 붙어버리니까.
시유 한 그릇을 다시 재임한다. 차곡차곡 작품을 올리고 세 곳에 지주대를 세워 그 위에 내 화판을 얻고 또 그릇을 올리고…. 각각의 방 입구는 매우 좁다. 작가는 입구 안으로 들어가 아주 좁은 공간에서 겨우 자세를 잡고 자기 앞의 넓은 공간에 그릇을 쌓아간다. 몸을 최대한 줄이고 쪼그린 상태로 밖으로부터 작품과 내화판을 받아 뒤쪽부터 앞쪽으로 쌓아 올린다. 이렇게 첫 번째 봉우리의 방에 재임이 끝나면 두 번째 방, 세 번째 방까지 모두 재임을 끝낸다. 그리고 나무를 넣을 좁은 구멍을 제외하고는 벽돌과 황토로 모든 공간을 막는다. 이제 마지막 과정인 재벌 소성만 남았고 잘 말린 장작은 가득히 준비되어 있다.
가장 아름다운 불길을 볼 수 있는 재벌 소성
작가는 불을 지피고 긴 시간 그릇을 굽는다. 온도는 올라가고 점점 뜨거워져도 끝없이 장작을 넣는다. 유약이 녹는 온도 1300도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소금기 있는 물을 마시며 15시간 정도 장작을 넣는다. 중간에 멈추면 가마 안으로 산소가 유입되고 1280도 이상을 올릴 수가 없다. 산소가 많이 유입되어 불의 색깔이 붉은빛을 많이 띠면 유약은 작가가 원하는 색상을 내지 못한다. 장작을 넣는 불구멍으로 새어나오는 화기에 땀은 비오듯 쏫아지지만 면으로 만들어진 옷과 목을 감싼 수건이 그의 피부를 보호한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고된 작업이지만 일렁이는 가마의 불길은 그저 아름답다. 아주 작은 구멍에 끼워놓은 벽돌 하나를 빼서 샘플을 꺼내본다. 유약이 녹았다고 생각되면 장작넣기를 멈추고 모든 열린 공간을 벽돌로 막고 황토흙으로 뱍돌사이를 메워 뜨겁게 구워진 그릇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이제 서서히 서서히 온도가 내려갈 것이고 3일의 기간이 지나면 조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300도정도가 될 것이다. 이 3일은 작가에게 모든 것을 끝낸 여유로움과 설렘의 시간일 것 같다.
자연 친화적인 도자기의 매력
도자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모든 전반적인 작업과정에서 날씨의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고, 가마 안의 그릇은 불의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전통가마에 구워진 작품은 같은 유약을 발라도 그 문양과 색깔이 미세하게 다르다. 그것은 가마 안의 곳곳에 불이 불안정하게 가 닿았기 때문이다. 요즘 공장에서 전기가마로 구워진 그릇들이 대량으로 나오는데, 모두 똑 같은 것은 불의 변수가 없는 전기가마에서 구워졌기 때문이다. 불의 변수로 인해 만들어진 색상의 변화와 무늬를 도자기에서는 매우 아름다운 가치로 인정한다. 일본에서 고급스럼 작품으로 다뤄지는 자완(막사발)의 경우 , 그들은 그곳에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자기의 그림을 감상한다고 한다. 또 그 그림에 따라 100만원대가 넘는 고가의 가격으로 구입되기도 한다고 한다. 자완은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막사발로 사용된 그릇인데, 그 그릇의 아름다움이 일본에서 인정되어진 것이다.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많이 약탈해간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장작가마에 구워진 작품은 자연친화적이여서인지 오래 쓸수록 질리지않는 매력이 있는것 같다. 내가 그의 작업실에서 그의 도자기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의 도자기가 너무 평범해보였다. 그땐 그가 찻잔에 따라주는 차를 마시는 것이 새롭고 좋았다. 그의 작품들을 두번째 보았을 때는, 그의 작품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것도 늘 곁에 있었던 사람 마냥 자연스럽게.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다가 어떤 그림이 나의 마음에 와 닿으면 그 그림이 말을 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한참 동안 그것을 보게된다. 도자기에게서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작품은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도 면에 물 스미 듯 마음을 건드리는 매력이 있다. 그의 도자기는 흙과 나무와 불과 그리고 그와 그의 기다림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는 내 남편이자 도자기 작업을 하는 김은식 작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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